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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위생

수면과 간 건강: 깊은 잠이 해독과 대사 리듬을 지키는 방법

1. 간과 생체시계 — “밤낮을 구분하는 장기”

간은 단순히 해독 기관이 아니라, 강력한 말초 생체시계(peripheral circadian clock)를 가진 장기입니다. 뇌의 시상하부(SCN)가 ‘중앙 시계’라면, 간은 음식 섭취·호르몬 신호·수면 패턴에 따라 스스로 리듬을 설정하고 대사를 조율합니다. 실제로 간세포에는 CLOCK, BMAL1, PER, CRY 같은 시계 유전자들이 존재해 지방산 합성, 포도당 대사, 해독 효소 발현의 타이밍을 조절합니다. (Cell Metabolism, 2016 리뷰에 따르면, 간 대사의 40% 이상이 일주기 리듬에 따라 발현량이 달라진다) 즉, 우리가 잠을 자는 동안 간은 ‘밤 근무’를 하며 독소를 분해하고, 낮에는 에너지 대사에 집중하는 식으로 역할 분담을 합니다.

 

수면과 간 건강: 깊은 잠이 해독과 대사 리듬을 지키는 방법

2. 수면과 간의 해독 기능 — 깊은 잠이 만드는 회복 창구

수면 단계 중에서도 깊은 비렘 수면(N3 slow-wave sleep)은 간 해독 기능과 가장 밀접합니다. 이 단계에서 교감신경 활성이 줄고, 간 혈류량이 증가하면서 포도당·약물·환경 독소 대사가 활발해집니다. 임상 연구에 따르면, 반복적인 수면 부족은 간에서 CYP450 계열 해독 효소 발현을 20~30% 억제시켜 약물 반응성과 독소 처리 능력을 떨어뜨립니다 (Journal of Hepatology, 2013). 또 다른 연구에서는 수면 제한 시 간 글리코겐 저장량이 감소하고, 에너지 대사가 불안정해져 간 손상 마커(AST, ALT)가 상승하는 경향이 보고되었습니다. (Hepatology International, 2018). 이는 단순히 피곤한 것을 넘어, 잠 부족이 곧 간의 해독 효율 저하와 대사 스트레스 증가로 이어짐을 의미합니다.

 

3. 간 기능 이상과 수면 장애의 악순환

간 질환 환자들은 수면 장애를 흔히 호소한다. 특히 만성 간질환 환자에서는 불면증, 주야 리듬 교란, 주간 졸림이 빈번하다. 간성 뇌증(hepatic encephalopathy)의 대표적 초기 증상이 바로 수면-각성 리듬의 변형이다. 간에서 암모니아·독성 대사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뇌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이 무너져 밤낮이 뒤바뀐 수면 패턴이 나타난다. 연구에서는 간경변 환자의 약 50%가 수면 질 저하를 경험한다고 보고했으며, 이는 삶의 질·치료 순응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Liver International, 2012). 즉, 간과 수면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양방향 회로이며, 한쪽이 무너지면 다른 한쪽도 쉽게 흔들린다.

 

4.  간 건강을 위한 수면 위생 전략

간 건강을 지키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방법은 규칙적인 수면 습관이다. 수면-각성 리듬이 안정되어야 간세포의 시계 유전자 발현도 정상적으로 유지된다. 실생활에서는 다음과 같은 전략이 효과적이다.

  • 야간 음주·과식 피하기: 알코올은 간 대사 효소를 과부하시켜 수면의 질과 간 회복을 동시에 해친다. 기름진 야식 역시 역류와 간 부담을 높인다.
  • 왼쪽으로 눕기: 위·간 혈류 순환에 유리하고, 역류성 식도염 예방에도 도움 된다.
  • 아침 햇빛 노출: 멜라토닌·코르티솔 리듬을 정렬시켜 간의 생체시계와 맞물린다.
  • 규칙적 운동: 간의 인슐린 감수성을 높이고, 지방간 위험을 낮춘다.
  • 전문 진료 병행: 만성 피로, 야간 불면이 지속된다면 간 기능 검진과 수면 클리닉 진료를 병행해 조기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간은 밤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분주하게 활동한다. 깊고 안정된 수면이야말로 간에게 ‘회복의 골든타임’을 제공하는 열쇠다.